




























날이 넘 좋다.집에 있기엔 정말 아까운 날인것 같아 오전을 소일하다 디카에 물한병 챙겨들고 모자를 꾹 눌러 쓰고 뒷산으로 향했다. 작년 여름 사고이후 산행이락 하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씁쓸하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하려 길을 나서본다. 울집 여시는 벌써 알아채고 자기도 데리고 나가달라고 끙끙 거리며 다리에 올라타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른듯 하여 혼자 나가기로 했다. 옆지기는 새벽부터 축구센터로 향하더니 전화한통 달랑 떨어 뜨려 놓고는 오지도 연락도 없다. 언제 한게임이 끝나는 것인지... 아이들이 모두 기숙사에 있으니 이젠 주말도 혼자보내는 날이 많아졌건만 함께 산행이라도 가면 얼마나 좋냐 말이다. 어제 간만에 녀석들 학교에 가서 학부모 총회겸 담임선생님 면담까지 해서 녀석들 얼굴을 보긴 했지만 난 막내의 얼굴을 보지 못해 서운함이 남았는데 녀석 오늘 점심시간엔 전화를 해 '기타'를 가져다 달라며 담주 한번 더 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아직 봄이 이른 것일까 지난해의 열매들이 보인다. 아직 다람쥐나 청설모의 눈에 띄지 않은 도토리며 밤이 발에 밟힌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이라 첫산행이 힘들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 가쁜 숨을 몰아 쉬고 나니 힘겨움이 내 몸에서 스스르 빠져 나가고 신선함이 가득 찬다. 이 맛에 산에 오르는데 이젠 날마다 와야 할 듯 하다.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띈다. 주변에 우리 아파트 말고 다른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고 산이 허물어진 부분에 길이 닦이고 다른 아파트나 그외 건물들이 들어설 준비를 하는 곳도 많고 정비가 되는 구역이라 그런지 한해 한해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자연을 누리는 것도 조금 덜 할 듯 하다.많은 사람들이 왕래를 해서인지 길이 반들반들 하다.꺾여진 진달래 가지도 있고 좀더 자연을 생각하며 산에 온다면 좋으련만...
집에서는 '진달래'가 아직 이지 싶었는데 산에 오니 아니다. 진달래도 활짝 피고 노란 산수유 뿐만이 아니라 산수유와 비슷한 생강나무의 꽃도 피어서 그 옆을 지나면 향기가 진동을 한다. 진달래 여린 꽃잎이 봄바람에 하늘하늘 봄하늘을 배경으로 흔드리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 지어진다. '낼부터 날마다 산행해야지..' 맘속으로 날마다 다짐하던 것이 늘 무산되고 말았는데 산에 오니 이젠 정말 날마다 와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힘든것도 잠시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을 쏘이다 보니 그런 것들은 모두 훌훌 날아가 버린듯 하다. 이 싱그러움...
이 산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이 산행을 하기엔 괜찮은 산이었다. 계절마다 꽃들도 나름 피어 계절의 맛을 선사해 주었고 난 이 산에서 많은 것들을 얻었었다. 그런데 개발의 붐을 타고 산은 허파와 같은 부분만 남기고 모두 헐리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 되었다. 선사시대 유적과 유물도 있던 곳이니 산의 역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된듯 한데 지금은 그 모습을 그려보지 못할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그나마 작은 산이 두동강이 나더니 그래도 다행히 연결이 되었다. 그부분에 야생화와 나무들을 심어 놓아 아름다운 공간으로 거듭남이 맘에 든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좀더 걷게 되었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을 밟아 보니 기분이 좋다. 소나무 향기가 좋던 곳이고 잊지 못할 추억도 어린 곳인데...
봄은 봄이다. 봄은 땅 속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을 해서 나무의 거친 껍질을 뚫고도 비져 나오고 엷은 비늘막을 뚫고도 나와 봄바람에 흔들린다. 한시간여 그렇게 땀을 줄줄 흘려가며 걷다 보니 봄이 비로소 내게로 온다. 진달래 분홍빛 움직임이 산을 물들이고 내 발밑엔 노란 꽃다지 하얀 냉이꽃 그리고 땅의 기운을 머금고 봄햇살을 받아 싱그러운 초록이 빛나는 머위나물이며 돈나물이 앙증맞은 자태를 뽐낸다.이런 뜻하지 않은 만남이 있다면 산행은 힘들지 않다.힘겨움은 정상에서 모두 털어내서인지 발걸음도 가볍고 산행이 즐겁다. 방 안에서 움츠리고 있던 나약함이 이제 모두 훌훌 바람에 날려간 기분이다. 노란 산수유의 왕관처럼 빛나는 반짝임이 내일을 행복하게 할 희망으로 충전해준다. 내 안에 봄을 들여 놓는다. 오늘 봄 옷을 확실하게 입고 봄으로 피어난다.
2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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